수선화는 봄이 시작될 무렵,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. 차가운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미는 그 모습이 참 단아하고 고요하지만, 알고 보면 그 안에는 깊은 상징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. 수선화의 대표적인 꽃말은 ‘자기애’, 그리고 ‘자존심’입니다.
이 꽃말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‘나르키소스’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. 나르키소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이었는데, 어느 날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. 그 사랑이 너무 깊어진 나머지 그는 자신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결국 물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죠. 그리고 그가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 바로 수선화라고 전해집니다.
이 이야기에서 비롯되어 수선화는 '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', 즉 자기애를 상징하게 되었고, 동시에 아름다움과 그에 따르는 고독함까지 함께 내포하게 되었습니다. 그래서 수선화는 때로는 긍정적인 의미로, 때로는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의 상징으로도 받아들여지곤 합니다.
하지만 꽃 자체가 주는 인상은 오히려 담백하고 따뜻합니다. 한 송이 한 송이 고개를 숙인 듯한 수선화의 자태는 겸손하면서도 고결한 분위기를 풍기죠. 그래서 유럽에서는 수선화를 '봄의 전령'이라 부르기도 하고, '새로운 시작'이라는 의미로 선물하기도 합니다.
수선화는 사람의 마음을 닮은 꽃인 것 같습니다.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도 필요하지만, 그 사랑이 지나치면 외로움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니까요. 그래서 수선화는 스스로를 돌보되, 타인과의 균형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듯합니다.
생정